의원이 손님이고 어르신이 주인인 협력
가정의학과 의원이 지역 경로당과 협력할 때 먼저 정할 것은 두 쪽의 관계입니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꾸려 가는 곳이어서, 의원은 그곳에 방문하는 손님이고 어르신이 주인입니다. 이 관계에서 보면 협력의 범위가 정해집니다. 의원은 어르신이 청한 것을 들고 가고, 의원이 알리고 싶은 것을 들고 가지 않습니다.
협력의 방식은 건강 강좌와 방문 상담 두 가지가 중심입니다. 건강 강좌는 어르신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혈압을 재는 법이나 약을 챙기는 법, 넘어지지 않게 하는 생활 같은 주제로 짧게 합니다. 방문 상담은 혈압과 혈당을 재고 그 수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까지입니다. 진찰하고 처방하는 진료는 의료기관 안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경로당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상담에서 진료가 필요해 보이는 어르신에게는 진료를 받도록 권하고, 측정한 수치를 적은 종이를 건네 진료를 받을 때 가져가게 합니다.
경로당과 닿는 경로는 의원이 직접 문을 두드리는 것보다 보건소나 지자체를 거치는 편이 맞습니다. 보건소는 어르신 건강을 위한 사업을 운영하고, 지자체는 경로당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각 지역의 노인회 지회가 경로당을 묶고 있습니다. 이 경로를 거치면 의원의 방문은 지역의 건강 사업 안의 한 역할이 되어, 의원의 홍보로 읽힐 여지가 줄어듭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과 방식은 의원이 짐작하지 않고 해당 보건소와 지자체의 안내를 따릅니다.
유인 행위와의 경계는 손님과 주인의 관계에서 그대로 나옵니다. 손님이 주인에게 값나가는 선물을 들고 가 그 대가로 자기를 알리면, 그것은 협력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오는 거래가 됩니다. 경로당에 물품을 기증하거나, 강좌에 참석한 어르신에게 기념품을 나눠 주거나, 의원까지 차량을 대 주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가정의학과가 이 협력에 맞는 까닭도 이 관계와 닿아 있습니다. 경로당 어르신은 혈압, 당뇨, 관절, 잠, 기억처럼 여러 가지를 함께 걱정하는 분이 많고, 가정의학과는 한 사람의 여러 걱정을 함께 듣는 진료과입니다. 그래서 강좌 주제를 한 질환에 묶지 않고 어르신이 청한 것에 맞출 수 있습니다. 다만 강좌가 의원이 잘하는 진료를 하나씩 소개하는 시간으로 흐르면 손님이 주인의 시간을 빌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셈이 되므로, 주제는 어르신이 먼저 정하게 하고 원장은 그 물음에 맞춰 준비합니다.
경로당에서 하는 일과 진료로 넘기는 일
| 협력 방식 | 경로당에서 하는 일 | 진료로 넘기는 일 | 하지 않는 일 |
|---|---|---|---|
| 건강 강좌 | 혈압 재는 법, 약 챙기는 법, 넘어지지 않는 생활 같은 주제 | 강좌 뒤 자기 병을 묻는 어르신의 진료 | 의원 진료를 권하는 시간 끼우기 |
| 방문 상담 | 혈압·혈당 측정과 수치에 관한 이야기 | 진찰, 처방, 검사 | 경로당에서 약을 권하거나 바꾸기 |
| 안내물 | 어르신이 청한 주제의 건강 정보 | 없음 | 의원 이름과 진료 시간을 크게 넣은 홍보물 |
둘째 줄의 「진료로 넘기는 일」이 이 표에서 가장 조심할 줄입니다. 어르신은 원장이 경로당에 왔으니 그곳에서 약을 봐 주거나 바꿔 주기를 바라는 일이 많습니다. 그 바람에 응하면 의료기관 밖에서 진료를 하게 되고, 다니는 의원의 처방과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원장은 수치를 함께 보고 이야기하되, 약에 관한 판단은 다니는 의원의 진료에서 하도록 권합니다. 어르신이 다니는 의원이 바로 이 의원이라면, 그 판단도 경로당이 아니라 의원 진료실에서 합니다.
경로당과 협력을 시작하는 차례
- 실장이 의원이 있는 지역 보건소와 지자체의 어르신 건강 사업 안내를 찾아, 경로당 프로그램에 의료기관이 함께하는 방식이 있는지 알아냅니다.
- 원장이 강좌 주제와 방문 상담에서 할 일을 정하고, 진료로 넘길 일의 선을 정합니다.
- 실장이 보건소나 지자체의 담당자를 통해 경로당과 일정을 맞춥니다.
- 원장이 진료를 비우지 않는 시간으로 방문 날을 정합니다.
- 원장과 실장이 들고 갈 것을 정하고, 기념품과 홍보물은 넣지 않습니다.
첫째 단계에서 보건소와 지자체의 안내를 먼저 찾는 것은, 이미 경로당을 찾아가는 공공의 건강 사업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사업 안에 의원이 맡을 역할이 있다면 그 틀을 따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사업이 없다면 담당자에게 어떤 방식이 지역에 필요한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넷째 단계는 작아 보여도 중요합니다. 원장이 경로당에 가느라 의원 진료를 비우면, 그날 의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합니다. 방문은 점심시간이나 휴진 시간처럼 진료가 없는 때로 정하고, 다니는 환자의 진료를 협력보다 먼저 지킵니다.
다섯째 단계에서 들고 갈 것을 정할 때는 측정 기록지가 중심입니다. 기록지에는 측정한 날, 혈압과 혈당 수치, 진료를 받아 보라는 권유 여부를 적는 칸을 만듭니다. 어르신은 이 종이를 다니는 의원에 가져가 진료 때 보여 줄 수 있어서, 경로당의 측정이 어르신의 진료로 이어집니다. 기록지에 의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크게 넣으면 같은 종이가 홍보물로 바뀌므로, 측정한 사람의 이름만 작게 남깁니다.
연결 경로마다 의원이 맡는 모습
| 연결 경로 | 의원이 맡는 모습 | 경로당에 닿는 방식 |
|---|---|---|
| 보건소의 어르신 건강 사업 | 사업이 정한 역할 안에서 강좌나 상담을 맡음 | 보건소가 정한 일정으로 방문 |
| 지자체의 경로당 프로그램 지원 |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 | 지자체 담당자가 경로당과 일정을 정함 |
| 노인회 지회 | 지회가 청한 주제의 강좌 | 지회가 여러 경로당을 묶어 안내 |
세 경로 모두 의원은 누군가 정한 틀 안에 들어갑니다. 의원이 직접 경로당 회장을 찾아가 강좌를 열겠다고 하면, 어르신들은 그 강좌를 의원이 자기를 알리러 온 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틀을 거치면 같은 강좌라도 지역의 건강 사업으로 읽힙니다.
경로당 협력에서 흔히 넘는 선
첫째로 흔한 것은 물품 기증입니다. 경로당에 안마 기구나 가전제품을 기증하고 그곳에 의원 이름을 새기는 일은 오래된 방식이지만, 값나가는 물건을 주고 그 대가로 의원을 알리는 일이어서 하지 않습니다. 기증한 물건은 경로당에 오래 남아, 어르신들이 의원을 진료보다 물건으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둘째는 기념품입니다. 강좌에 온 어르신에게 수건이나 생필품을 나눠 주면 다음 강좌에는 기념품을 받으러 오는 분이 늘고, 기념품을 준 의원으로 발길이 이어지는 거래가 됩니다. 강좌에서 나눌 것은 어르신이 집에서 볼 건강 정보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셋째는 차량 지원입니다. 경로당에서 의원까지 어르신을 태워 오는 차를 대면 편의를 주는 것 같지만, 그 편의는 다른 의원이 아니라 이 의원으로 오게 하는 이득이 됩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진료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방문 진료처럼 정해진 제도의 틀에서 따집니다.
넷째는 대행의 꾸러미를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어르신을 위한 시니어 마케팅으로 경로당 순회 강좌를 꾸러미로 파는 대행도 있습니다. 그 꾸러미에 기념품과 차량 지원, 의원 현수막이 들어 있다면, 강좌의 내용이 아무리 유익해도 앞의 세 선을 한꺼번에 넘습니다. 대행은 강좌에 온 어르신 수나 그 뒤 의원을 찾은 수를 성과로 내놓기 쉬운데, 그 숫자를 늘리려면 기념품과 차량이 가장 빠른 방법이어서 꾸러미가 그쪽으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진료과별 병원 마케팅 대행이 내놓는 시니어 꾸러미는 기념품과 현수막을 빼고도 강좌의 내용이 남을 때에만 쓸 만합니다.
다섯째는 강좌가 끝난 뒤의 줄입니다. 강좌가 끝나면 어르신들이 원장 앞에 줄을 서서 자기 약과 병을 묻는 일이 흔합니다. 이 물음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강좌가 경로당 안의 진료로 바뀝니다. 원장은 측정과 짧은 이야기까지만 하고, 더 깊은 물음은 다니는 의원의 진료로 가져가도록 권합니다.
보건소에 첫 연락을 넣기 전, 실장은 의원 블로그와 지도 정보에 예전에 올린 경로당 기증이나 기념품 나눔 글과 사진을 찾아 내립니다.
경로당 협력 자주 묻는 질문
경로당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해 달라는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하나요?
의료기관 밖에서 하는 접종은 보건소나 지자체가 정한 사업의 틀 안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의원이 따로 정해 경로당에서 접종하지 않고, 요청은 보건소의 안내로 이어 줍니다.
방문 상담에서 혈압이 아주 높게 나온 어르신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그날 진료를 받도록 권하고, 상태가 급해 보이면 바로 진료나 응급 진료를 받게 합니다. 측정 기록지를 건네 진료를 받을 때 가져가도록 합니다.
강좌나 상담 모습을 의원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요?
어르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협력 사실을 알리고 싶다면 보건소나 지자체의 사업으로 함께했다는 것만 쓰고, 경로당의 이름도 그곳의 동의 없이 쓰지 않습니다.
여러 경로당에서 와 달라는 요청이 몰리면 어떻게 하나요?
원장이 진료를 비우지 않고 갈 수 있는 횟수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보건소나 지회와 순서를 정합니다. 횟수를 넘는 요청은 다음 일정으로 미룹니다. 요청이 많은 경로당만 자주 가면 다른 경로당의 어르신은 협력에서 멀어지므로, 지회와 함께 경로당마다 돌아가며 가는 순서를 정하면 한쪽으로 몰리지 않습니다.
경로당 어르신이 의원에 오셨을 때 따로 챙겨 드려도 되나요?
진료는 다른 환자와 같은 차례와 방식으로 합니다. 경로당에서 만났다는 까닭으로 순서를 앞당기거나 따로 혜택을 드리지 않아야 협력이 거래로 바뀌지 않습니다.